Tuesday, July 13, 2010

왕의 살해


아주 먼 옛날 인간들은 자연에도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었다. 이 자연은 줄곧 여성성과 연관지어졌고 주로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여신과 연관지어졌다. 로마의 '디아나'나 그리스의 '아르테미스'가 좋은 예다.

여신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자연이 생명력을 유지하고 인간에게 다산과 풍요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그녀에게 남자 파트너가 꼭 필요한 법. 인간들은 이 남자 파트너를 위해 그들 중에 가장 정력이 강하고 힘이 센 남자를 세워 그를 '왕'이라 불렀다. 따라서 이 '왕'은 여신의 정령이 깃들어 있을 것만 같은 크고 잘자라는 나무같은 자연의 물체와 사랑하는 관계를 맺었다. 나무를 의인화해서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 풍습에서 종종 발견되는 행태이다.

따라서 인간들은 자연을 '왕'과 결부시켰고, 그들에게 '왕'의 건강은 곧바로 자연의 건강과 연관되는 것이었다. 왕의 건강이 약해지거나 그의 정력이 형편없어질 경우, 그들은 자연의 여신 또한 만족하지 못하여 자연에 생명력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사냥이나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사냥이 잘 되지 않거나 흉년이 이어질 경우, 또는 왕의 정력이 떨어지거나 그의 건강이 약해졌을 경우 그를 죽이고 그들 중에 건장한 사내를 찾아 새로운 왕으로 세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런 식으로 계속 왕을 죽이면 그누가 왕을 하려고 들겠는가. 따라서 왕을 살해하는 대신 그의 분신격인 왕자를 죽임으로서 자연의 여신을 달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도 야만적이다. 인간 문화가 발달하면서 인간을 희생으로 바치는 일을 동물을 희생하는 일로 대신하게 되었고, 동물중에서도 인간과 가장 흡사한 것들로만 골라 희생의 제사를 올리게 된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 왕을 살해한 그 잔인하고 야만적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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